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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노엘라

by lionbum 2024. 11. 17.

난 '사랑'이 좋다. 사랑은 행복, 희열, 환희, 애틋함, 애절함, 외로움, 그리움, 화, 질투… 많은 감정을 내게 선사해준다. 내 안의 이런 감정들은 심장이 뛰는 소리와 함께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사랑에는 많은 모습이 있다. 단 한 번에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두세 번을 보아도 좀처럼 알 수 없는 사랑도 있다. 알수록 빠져드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잘 알지 못해도 끌리는 사랑이 있다. 첫눈에 사랑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하면 나도 모르는 새 사랑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림과 음악도 이런 다양한 사랑의 모습과 감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명화와 음악을 접한다. 어떤 작품은 단번에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가 하면 어떤 작품은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도통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던 음악도, 도대체 뭘 그린 건지 와 닿지 않던 그림들조차, 문득 새로운 의미가 되어 나의 마음을 두드릴 때가 있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면 난 바이올리니 스트도, 칼립니스트도, 작가도 아닌 “예술가 워너비입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어떠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할 때 하나의 언어로만 그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바이올린, 음악, 글과 같은 것들은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이 자체가 나의 목표나 정체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어떤 수단으로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본인이 의도한 감정이나 메시지를 표현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일 테니 말이다.

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지지 않아도 누구나 예술적 삶을 살 수 있다. 먼저 살다간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예술가의 삶을 대신 경험해 볼수도 있는 것처럼.

찬란한 순간을 담고자 했던 모네.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의 조각들이 모여서 사랑이 된다. 모네의 물감덩어리들이 섞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고 드뷔시의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음정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음악을 만들 듯 나의 사랑은 그렇게 채워져 갔다.

이렇게 사랑이 시작될 무렵 우연히 모네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에서 봤을 때는 그저 형체를 알 수 없는 물감 덩어리라고만 생각했다. 여러 가지 색깔 의 물감들끼리 서로 몸을 맞대고 있다. 물감들은 때론 홀로, 때론 섞여서 색을 빛내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형태를 만들어낼지도 모른 채 물감들은 캔버스 위 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냥 행복해 보였다. 그러다 한 발짝 물러서서 모네의 그림을 보니 그제야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정원이구나. 아름다운 정원의 연못 위에 떠 있는, 햇살을 받은 수련의 모습이구나! 이렇게 눈부신 모습을 그리려고 물감들이 이렇게 섞여 있었구나!

나의 감정들은 아직 모른다 나의 하나하나의 감정들이 모여서 완성된 사랑의 모습을 만들어낼 줄은.

나의 감정들 중엔 어딘가에 애정과 사랑으로 빚어질 감정이 존재하지 않을까. 내안에 자리잡고 언젠가 알아봐 주길 바라고 있는건 아닐까.

모네는 지식이 아닌 느끼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그렸다. 당시 많은 화가들은 하늘은 파란색, 나무는 녹색, 흙은 갈색처럼 물체 본래의 색을 아는 지식대로 그리는 데 충실했다. 하지만 모네가 본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빛에 반짝이는 나무는 때로는 녹색이 아닌 하얀색으로 보이기도 했고, 하늘은 파란색이 아닌 노란색으로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에. 보이는 그대로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그시대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버린것이 가장 대단한 것인지도

모네가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이유는 바로 빛에 의해 사물의 색이 변하는 당연한 이치를 화폭에 그대로 담았기 때문이다. 빛을 사랑한 모네는 빛을 따라서 야외로 나갔다. 그러고는 그의 눈에 보이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 시작했다.

나도 빛이 만들어내는 작품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다. 특히 햇빛에 의해 반투명하게 빛나는 잎파리나 물결위에서 반짝이는 태양, 물속을 투영하는 빛, 그리고 달빛, 또 퇴근후에 집안을 채우고 있는 따뜻한 스탠드의 빛까지. 모든 빛을 사랑한다.

이른 새벽녘에서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빠르게 캔버스에 그려나갔다. 모네는 밝은 빛에 의해 사물이 몽롱하게 보이면 몽롱하게, 비가 내리거나 안개에 덮여 희미하게 보이면 희미하게, 보이는 그대로를 그렸 다. 하지만 태양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시적인 순간을 화폭에 담기 위해서 모네에겐 빠른 스피드가 필요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네는 빠른 붓 놀림으로 단숨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감을 팔레트에서 섞을 수가 없었다. 그는 팔레트가 아니라 캔버스에 서 물감을 섞어 사용했다. 캔버스 위에서 물감 고유의 색은 더욱 선명해졌고, 생동감까지 더해져 그림이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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